말씀의향기
행복을 찾아낸 바보
성인이 된다는 것을 생각해보신 적이 있으십니까? 신앙생활을 하면서 많은 성인 성녀들의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그분들이 살아왔던 여정을 보면서 감탄하며, 그분들의 삶을 동경합니다. 그리고 묵상 나눔이나 생활 나눔을 할 때에는 성인들의 삶을 본받겠다는 강한 의지를 가지곤 합니다. 그러나 일상으로 돌아오면 그 다짐들을 이내 기억에서 지워버립니다. 왜냐면, 지금 세상에서 그렇게 사는 것이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성인들처럼 살아가려면 너무 많은 손해를 보게 될 것이고, 어찌 생각해보면, 세상에서 바보가 되어야만 하기 때문입니다. 바보가 되기는 싫기 때문입니다. 누군가가 나에게 손가락질하며‘바보’라고 부른다는 것을 상상하면 온 몸이 떨려옵니다. 한 생을 살아가면서‘바보’로 살기보다는‘행복’하게 살고 싶습니다. 그래서 성인이 된다는 생각은 그저 한 편의 좋은 영화를 보는 것처럼 잠시의 감동으로 우리의 뇌리 속에 머물다가 사라지고 맙니다. 그래서 고개를 돌리면 성인이 된다는 것을 포기해버립니다.
맞습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손해를 보며 사는 사람은 바보입니다. 최대의 이윤을 창출해 내고, 무엇이든 더 얻어내는 사람이 똑똑한 사람이고, 현명한 사람이며, 세상을 참으로 잘 살아가는 사람입니다. 자신이 손해를 보며 남을 위해 살아가는 사람은 미련한 사람이며, 모자란 사람입니다. 욕심이 없는 사람은 무능력한 사람입니다. 인간의 가치 기준도, 인생의 아름다움도 모두 그렇게 평가합니다. 이것이 오늘을 사는 우리가 평가하는‘행복’의 기준입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이렇게 덜 떨어진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행복하여라”하십니다. 세상의 것에 집착하지 않고 욕심을 부리지 않으며 살아가는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 이유 없이 영문도 모르고 겪는 세상의 우여곡절 때문에 슬퍼하는 사람들, 자신보다 남을 더 생각하는 온유한 사람들, 예수님을 사랑한다는 이유로 멸시와소외를 받는 사람들이‘행복’하다는 것입니다.
이 사람들에게 예수님은“기뻐하고 즐거워하여라”라고 말씀까지 하십니다. 그 손해를, 그 아픔을 기뻐하고 즐거워하라는 것입니다. 왜 그럴까? 바로 하늘에서 받을 상이 있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의 말씀을 따르며, 세상에서 손해를 보면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하늘에서 받을 상이 크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기뻐하고 즐겁게 살기를 원합니다. 진정으로‘행복’하게 살고자 합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받게 될‘하늘나라의 상’을 위해 살아가십시오. 진정한 행복이 어디에 있는지 찾아내십시오. 그래서 받아야 하는 손해와 아픔이라면 거절하지 마십시오. 그 아픔보다 우리가 받을 상이 더 클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동경하고 존경하는 성인들은 그‘행복’이 어디에 있는지를 찾아낸‘바보’들입니다.
8지구 교하 성당 주임 이재정 토마스 데 아퀴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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