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평신도 주일입니다. 제가 기억하는 한 분의 평신도가 계십니다. 저와 같은 본명을 갖으셨던 토마스 형제님이십니다. 한 달 전에 그 분의 선종 소식을 들었습니다. 참으로 많은 분들이 토마스 형제님의 선종 소식에 눈물을 흘렸고, 장례미사 때 정말 많은 분들이 그 분과의 마지막 시간에 함께 해주셨습니다.
제가 토마스 형제님을 뵌 것은 본당에 처음 왔던 1년 전입니다. 토마스 형제님은 매일 성당에 나오셔서 아침 기도를 바치시고 미사 전에 성경을 읽으셨던 분, 손에는 하도 읽어서 너덜해진 성경을 끼고 계셨던 분, 낡은 곤색 점퍼 차림으로 담배와 커피를 좋아하셨던 분, 본당에서 어려워하고 힘들어 하는 신자들이 있으면 상담도 해주시고, 격려도 질책도 잘 해주셨던 분, 본당을 사랑하셨고 성경 공부 봉사가 삶의 전부이셨던 분이셨습니다. 유명 영화배우가 일본에서 ‘사마’라고 불리운 것처럼, 본당에서 성경 공부하시는 신자분들은 그 분을 으레 ‘선생님’이라 불렀습니다.
저도 토마스 형제님을 ‘선생님’이라 생각합니다. 저에게는 특별히 고마운 분이셨습니다. 본당의 성경 공부팀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해주셨고, 많은 신자분들이 성경 공부에 맛들일 수 있도록 3년 과정의 특강도 준비해주셨습니다. 제가 토마스 형제님과 함께 나누었던 마지막 이야기는 본당에 성경 대학을 만들자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내일 다시 더 이야기 하자며 마지막으로 자판기 커피랑 담배 한 대씩 피우고 헤어졌습니다. 매일 그렇게 했었으니까요. 다음 날 선종하신 것입니다.
절대 아프시지 말라고, 아프시면 우리가 함께 세운 계획 저 혼자서는 못하니 절대 아프시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드릴 때마다 ‘전 괜찮아요. 신부님 건강이 걱정이죠. 신부님, 건강하셔야 합니다’라고 미소지으셨던 분이셨는데 말입니다. 함께 해주셨으면 좋았을텐데, 내가 조금 만 더 토마스 형제님의 건강을 챙겨드렸으면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진하게 남습니다. 토마스 형제님이 저에게 남겨주신 것은 함께 준비했던 3년 과정의 성경 특강과 본당 성경 대학 초안입니다.
우리는 언제 하느님 곁으로 떠날지 ‘그 때’를 알지 못합니다. 그리고 ‘그 때’가 언제 찾아올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그 때’를 모르는 채 살아가고 있고, 어쩌면 그것을 모르는 채 살아가는 것이 정답일 것입니다. 다만, ‘그 때’가 언제인지는 모르지만, ‘그 때’를 위해 준비하며 살아갈 수는 있을 것입니다. 그러기에 우리에게 주어지는 매일 매일이 ‘그 때’를 준비하는 시간이 될 것입니다.
신앙인은 ‘그 때’를 기다리는 사람들입니다. 그러기에 ‘그 때’를 준비하는 사람이 되어야만 합니다. 기다림은 그러한 준비를 위한 시간입니다.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주시는 ‘그 때’를 위해 오늘 하루를 살아갔으면 합니다. 그러면 ‘그 때’가 오면 다른 누군가가 나를 대신해서 ‘그 때’를 다시 준비할 것입니다. 저도 먼저 가신 분이 남겨둔 그 초안들을 다시 정리하며 저에게 다가올 ‘그 때’를 준비하려 합니다.
8지구 교하성당 주임 이재정 토마스데 아퀴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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