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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는다는 것… 그 자리를 버리고 끊임없이 나아가는 일"

namsarang 2009. 11. 8. 22:55

 

"걷는다는 것… 그 자리를 버리고 끊임없이 나아가는 일"


사찰과 성지에서 강연듣고 예불 드리고 미사 봉헌
○…선포식에 이은 순례체험 행사는 첫날 한옥마을에서 완주 송광사까지 28km를 걷고 이어 이튿날 송광사에서 천호성지까지 26.5km를 걷는 여정으로 진행됐다.
 첫날 순례길에 나선 참가자 1200여 명은 원불교 교동교당, 치명자산을 거쳐 전주천변을 따라 2시간을 걸은 후 월암마을에서 상관본당 신자들이 마련한 지팡이를 들고 마을 뒷산 마재를 넘고 상관 수원지 호수길을 걸으며 깊어가는 가을 풍광에 심취했다.
 점심 시간이 되자 미리 점심을 준비해 온 이들은 길가 풀밭에 둘러 앉아 음식을 나눴고, 미처 준비하지 못한 이들은 음식점들이 있는 화심 삼거리를 향해 걸음을 재촉했다.
 순례 첫날 목적지인 송광사에는 오후 5시가 가까워지면서 참가자들이 도착하기 시작. 송광사에서는 순례자들을 위해 저녁 식사를 준비해 놓았으나 숙박 신청을 한 60여 명을 제외하고는 피곤해서인지 저녁 식사를 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참가자들은 저녁 6시부터 한 시간 동안 이병호 주교의 길에 관한 강연을 들은 후 일체 중생을 구제한다는 의미에서 북ㆍ범종ㆍ운판ㆍ목어 네 가지(四物)을 치는 사물의식과 저녁 예불을 보는 것으로 첫날 일정을 마쳤다.

 ○…순례 둘째 날인 11월 1일은 새벽부터 비가 내린 탓인지 참가자들이 전날에 비해 훨씬 줄어 200명이 채 되지 않았다. 8시 30분 송광사를 출발한 순례자들은 최양업 신부가 거처한 곳으로 알려진 오도재를 넘어 고산에서 각자 점심을 해결.
 오후 1시 30분 다시 고산천변에 모여 다시 순례를 시작한 참가자들은 어우리를 거쳐 율곡마을과 안터골 등 마을 길을 따라 걸으며 오후 5시 조금 못 미쳐 천호성지에 도착하기 시작.
 참가자들은 천호성지 성당에서 허광영 원불교 전북교구장과 도영 스님의 강연을 들은 후 아중본당 성가대의 '평화를 구하는 기도'를 끝으로 기념식을 마치고 성지에서 마련한 국밥과 막걸리를 들면서 피로를 풀었다.
 신자들은 저녁 식사에 앞서 이병호 주교 주례로 주일 미사를 봉헌했다.

 ○…다른 종단 지도자들은 일정상 하루 또는 반나절 정도 순례길에 참여했지만, 이병호 주교는 이틀 동안 54.5km를 전부 걸으면서 순례자들과 함께했다.
 이 주교는 송광사 강연과 기자 인터뷰를 통해 "걷는다는 것은 그 자리를 버리고 끊임없이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라며 순례자들 모두가 이를 통해서 늘 자유롭고 새로운 사람이 됐으면 한다고 기원. 이 주교 자신은 매일 하루 1시간 30분 가량 걸으며 그날 복음을 외우고 묵상한다고 말했다.
 이틀 간 순례 체험에 다 참여한 참가자들은 100명 남짓. 이 주교를 비롯해 나궁렬(전주교구 사목국장) 신부, 안철문(나포길벗공동체 원장) 신부가 함께 했으며, 한국순례문화연구원 이사장인 김수곤(첼레스티노) 전 전북대총장은 70이 훨씬 넘은 고령에도 끝까지 동행.
 또 임정엽 완주군수는 둘째 날 오도재를 넘어 고산천까지 함께 걸으면서 걸려 넘어지기 쉬운 돌이나 나뭇가지를 치우며 순례길 조성에 보완해야 할 점들을 귀여겨듣는 등 적극적 모습을 보였다.

 ○…순례자들 가운데는 초등학교 1학년 이준용(프란치스코, 7) 어린이는 어린 나이에도 시종 앞장서서 걸어 어른들을 놀라게 했다.
 어머니 신혜경(아녜스, 36, 전주 복자본당)씨는 "평소 아들한테 잔소리도 많이 했는데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이렇게 순례를 마치는 것을 보니 정말 사랑스럽고 대견하다"며 " 따뜻하게 말을 건네고 격려해준 주변 사람들을 통해서 하느님 은총을 새롭게 체험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순례체험 공식 행사는 천호성지에서 끝났지만 5박 6일 180km 전 구간을 신청한 16명은 급작스러운 닥친 한파에도 2일 다음 목적지인 나바위를 향해 출발했다.
 5박 6일 전체 구간을 신청한 이소희(57, 전주 덕진동)씨는 "자연을 벗삼아 걸으니까 마음이 평화로워지고 아주 좋았다"며 "성격이 나약한 편이지만 이번 기회에 자신감을 갖고 끝까지 도전해 보겠다"고 의욕을 보였다.
 
 ○…행사를 주관한 한국순례문화연구원은 참가자들에게 순례길 안내 리플릿 '아름다운 순례길'과 순례길에 대한 명상 리플릿 '길을 묻거든'을 나눠줬으며, 송광사와 천호성지에서 전주 시내까지 셔틀버스를 준비해 참가자들 편의를 도모했다.
 한국순례문화연구원 측은 연구원을 통해 순례 신청을 할 경우 1박 2식에 1만5000원 정도 비용으로 숙식 편의를 제공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문의 : 063-232-5000  /  이창훈 기자 changhl@pbc.co.kr
▲ 순례 체험 둘째날, 오도재를 넘고 숲길을 따라 내려온 참가자들이 고산천을 가로지르는 독촉골교를 건너고 있다.
▲ 선포식 후 치명자산을 향해 걷고 있는 참가자들. 맨 앞줄 오른쪽부터 도영 스님, 김완주 전북지사, 이병호 주교, 허광영 원불교 전북교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