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속의 복음

에수님이 세상 왕들과 다른 점은?

namsarang 2009. 11. 22. 11:42

[생활 속의 복음] 그리스도왕 대축일(성서주간)

 

 예수님이 세상 왕들과 다른 점은?

                                                             
                                                             이기양 신부(서울대교구 10지구장 겸 오금동본당 주임)

오늘은 전례력상 올해의 마지막 주일인 연중 제34주일이며, 동시에 권능과 신성과 지혜와 힘과 영예를 받기에 합당한 그리스도가 만물의 왕이심을 선포하는 대축일입니다. 오늘의 가르침처럼 예수님은 과연 우리 왕이실까요?

 예수님은 이 세상 왕들처럼 화려한 옷을 입거나 번쩍이는 왕관을 쓰신 적이 없습니다. 세상 임금들이 축복과 환호 속에서 태어났던 것과 달리 예수님은 아무도 없는 외딴 마구간에서 태어나셨습니다. 또한 왕에게는 언제나 그럴듯한 고관대작들이 온갖 감언이설로 갖은 찬사와 산해진미를 바치는 반면, 예수님 주변에는 가난한 사람, 고통 받는 사람, 천대 받는 죄인들이 득실거렸습니다.

 세상 임금들이 권위로 백성을 억누르고 살았다면, 예수님께서는 "너희 가운데에서 높은 사람이 되려는 이는 너희를 섬기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마르 10,43)는 말씀처럼 낮은 자의 모습으로 사셨고 최후만찬 석상에서는 제자들의 발을 몸소 씻어 주시면서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온몸으로 가르쳐주셨습니다.

 오늘날 세상 모든 왕들의 명성과 업적은 사라졌지만 예수님의 삶과 가르침은 우리 안에 길이 살아 있습니다. 지금도 예수님에 관한 말씀은 성경으로 기록되어 세상 역사를 바꾸는 '생명의 책'으로 남아 있으며, 그를 따르는 수많은 사람들은 예수님을 왕을 넘어서 우리의 구원자요, 영원한 생명을 주시는 분으로 믿고 고백하며 살아갑니다.

 그래서 예수 그리스도만이 참 왕이시며 영원한 생명을 주시는 분임을 믿고 가르치기 위해 교회는 그리스도왕 대축일을 지내고 있는 것입니다. 오늘 그리스도왕 대축일은 예수님처럼 살아가는 것이 참된 길임을 다시 한번 깨우쳐줍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하면 예수님처럼 살 수 있을까요?
 
 미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대통령으로 길이 기억되는 인물이 아브라함 링컨입니다. 어린 시절 링컨은 집이 너무 가난해서 초등교육조차 제대로 받을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어머니는 어린 링컨에게 성경을 통해 끊임없이 하느님 말씀을 들려주었고, 하느님 말씀을 살아가는 사람이 되기를 원했습니다. 링컨은 대통령에 취임하면서 "남을 심판하지 마라. 그래야 너희도 심판받지 않는다."(마태 7,1)는 말씀을 택했고 일생을 하느님 안에서 사신 분입니다.

 링컨에게는 에드윈 스탠턴이라는 정적(政敵)이 있었습니다. 스탠턴은 당시 가장 유명한 변호사였는데 한 번은 두 사람이 함께 사건을 맡게 된 적이 있었습니다. 이 사실을 모르고 법정에 앉아 있던 스탠턴은 링컨을 보자마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저 따위 시골뜨기와 어떻게 같이 일을 하라는 겁니까?"하며 나가 버렸습니다. 이렇듯 스탠턴이 링컨을 얕잡아 보고 무례하게 행동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세월이 흘러, 대통령이 된 링컨은 내각을 구성하면서 가장 중요한 국방부장관 자리에 바로 스탠턴을 앉혔습니다. 참모들은 링컨의 이런 결정에 놀랐습니다. 왜냐하면 링컨이 대통령에 당선되자 스탠턴은 "링컨이 대통령이 된 것은 국가적 재난"이라고 공격했기 때문입니다. 모든 참모들이 재고를 건의하자 링컨은 "나를 수백 번 무시한들 어떻습니까? 그는 사명감이 투철한 사람으로 국방부 장관을 하기에 충분합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래도 스탠턴은 대통령님의 원수가 아닙니까? 원수를 없애버려야지요!"

 참모들 말에 링컨은 웃으며 말했습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원수는 마음 속에서 없애 버려야지요! 그것은 '원수를 사랑으로 녹여 친구로 만들라'는 말입니다. 예수님도 원수를 사랑하라고 하셨습니다."

 링컨이 암살자의 총에 맞아 숨을 거두었을 때 스탠턴은 링컨을 부둥켜안고 통곡하며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여기, 가장 위대한 사람이 누워 있습니다."

 과연 링컨은 자기를 미워했던 원수까지도 용서하고 사랑한 진정한 승리자였습니다.

 연중 제34주일은 성서주간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그리스도를 왕으로 고백하고 따라 살 수 있는 힘을 그분의 삶을 기록한 성경을 통해서 얻습니다. 그리스도의 부르심에 따라 우리를 창조하신 하느님과 일치를 이루는 길은 성경 말씀을 읽어 마음에 새기고 실천할 때 가능하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 지난 3년 동안 '생활 속의 복음'을 연재해주신 이기양(요셉) 신부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교회력으로 새해가 시작되는 대림 제1주일(29일자)부터 인천교구 홍승모(미카엘, 강화본당 주임 겸 인천가톨릭대 교수) 신부님께서 집필해 주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