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속의 복음

대림 제1주일- 깨어나 마음의 눈을 뜰 때

namsarang 2009. 11. 29. 12:24

[생활 속의 복음]

 대림 제1주일- 깨어나 마음의 눈을 뜰 때


                                                          홍승모 신부(인천교구 강화본당 주임, 인천가톨릭대 교수)

오늘은 교회 전례력으로 새로운 해가 시작되는 날입니다. 새로운 해가 시작되는 주일 복음말씀에는 늘 변함없이 주님이 오시는 날을 위해 깨어 기도하라는 말씀이 등장합니다. "사람의 아들 앞에 설 수 있는 힘을 지니도록 늘 깨어 기도하여라"(루카 21,36).
 
 늘 깨어 기도하라는 권고와 함께 주님이 오시는 날에 대해 복음은 이렇게 표현합니다. "그리고 해와 달과 별들에는 표징들이 나타나고, 땅에서는 바다와 거센 파도 소리에 자지러진 민족들이 공포에 휩싸일 것이다. 사람들은 세상에 닥쳐오는 것들에 대한 두려운 예감으로 까무러칠 것이다. 하늘의 세력들이 흔들릴 것이기 때문이다. 그때에 '사람의 아들이' 권능과 큰 영광을 떨치며 '구름을 타고 오는 것을' 사람들이 볼 것이다. 이러한 일들이 일어나기 시작하거든 허리를 펴고 머리를 들어라. 너희의 속량이 가까웠기 때문이다"(루카 21,25-28).
 
 복음 내용은 전형적인 묵시문학의 표현 방법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런 표현 방법을 사용하는 이유는 주님 오심이 묵시문학적 종말사상의 핵심 주제이기 때문입니다. 묵시문학의 표현법은 독특한 의미와 색채를 띤 낯선 용어들을 사용합니다. 그래서 이 내용을 오역해, 많은 종교집단에서는 공포와 두려움의 상태로 신앙인들을 몰아넣어 신앙인들에게서 종교집단이 원하는 것을 얻어내곤 했습니다. 그러나 묵시문학은 오히려 주님 오심에 대한 희망과 구원을 내용으로 합니다.
 
 사실 하늘과 땅을 비롯한 그 안의 모든 것은 하느님 창조물입니다. 그런데 늘 우리가 보아서 익숙했던, 그래서 안전하고 확고하다고 여긴 창조물들이 그 기반을 잃고 흔들립니다. 이런 표징들이 사람들에게 불안과 공포를 가져와 마음을 동요시킵니다. 복음의 내용은 외적으로는 주님 오심을 표현하고 있지만, 내적으로 그 당시에 일어났던 박해의 고통과 주님 현존 앞에선 모든 창조물의 모습을 그리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복음에 표현된 불안과 두려움이 바로 절망에 빠져 낙담하고 있는 인간 마음의 상태를 표현한다는 것입니다. 우리 눈에 늘 안전하고 확고하게만 보였던 것들이 흔들리고 요동치는 때가 인생에 들이닥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마음에는 태양과 같은 빛이 없어지고 어둠만이 자신을 둘러싸고 있다고 생각할 때가 있다는 것입니다. 희망이라고는 찾아 볼 수 없는 상태, 기쁨이 없는 상태, 행복을 느낄 수 없는 상태에 떨어질 수 있는 것입니다.
 
 주님의 십자가 여정에 앞서서 복음이 이런 말씀을 전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불안과 두려움은 주님의 십자가 수난 여정을 상징하고 있습니다. 우리도 신앙의 여정에서 기대했고 마땅히 받아야 했던 것만을 받지는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사실 인간의 삶은 무엇인가를 기다리는 마음으로 가득 채워져 있습니다. 자신의 삶 속에서 실현될 것들을 기다리고 그것에 중요한 가치를 두고 살아갑니다. 그래서 허리를 펴지 못하고 땅만 바라보게 됩니다. 세상만을 바라보게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세상은 그런 기다림을 충족시켜 주지 못합니다. 우리가 기다리고 움켜질 것에만 삶의 가치를 둔다면 우리는 결코 만족하지 못할 것입니다. 우리 욕망은 끝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인간의 기다림은 주님의 오심과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구름을 타고 오시는 주님을 향해 허리를 펴고 머리를 쳐들면, 주님께서는 우리가 기다림 속에서 원하는 바를 가장 좋은 방법으로 완전히 채워주실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자신만의 이기적인 잠에 너무 취해 있지 않나 성찰해야 합니다. 우리가 기다리고 움켜질 것에만 빠져 있다면 이제는 깨어나 마음의 눈을 뜰 때입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어떻게 해야 하느님 마음에 들 수 있는지 우리에게 배웠고, 또 그렇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더욱더 그렇게 살아가십시오"(1테살 4,1).
 
 바오로 사도 말씀처럼, 주님 사랑을 갖고 살아간다면, 우리 불안과 두려움은 아물고 우리 삶은 기쁨과 행복으로 넘쳐 뛸 것입니다. 주님 사랑이 마음에 들어오게 하는 것, 이것이 바로 깨어 기도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