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속의 복음

주님수난성지주일- 십자가에서 드러나는 구원의 모습

namsarang 2010. 3. 27. 19:05

[생활 속의 복음]

 

주님수난성지주일- 십자가에서 드러나는 구원의 모습


                                                                                                                                                         홍승모 신부(인천가톨릭대학교 교수)


   어느 화창한 날 오후에 두 아이가 사과와 배로 인해 말다툼을 하고 있었습니다.

 "사과가 최고야. 사과가 제일 맛있어." "아니야, 배가 더 맛있어."

 나중에는 주먹질까지 하며 싸우게 됐습니다. 마침내 아이 부모들이 달려와 똑같이 두 아이를 나무랐습니다. 그러나 내용을 알고 나자 상대 아이를 야단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다시 어른들의 싸움이 시작되었습니다.

 그 이유는 한 사람은 사과 과수원을 하고, 다른 한 사람은 배밭 주인이었기 때문입니다. 싸운다는 소문을 듣고 마을 사람들이 달려 나왔습니다. 그들 중에는 사과밭 주인도 있고, 배밭 주인도 있었습니다. 자연스럽게 두 패로 나뉘어 똑같이 싸움을 시작했습니다.

 마침내 싸움에 지친 마을 사람들은 존경하는 한 현자를 찾아가 물었습니다. 현자는 그 사과와 배를 받아들고는 말했습니다.

 "복숭아를 가지고 왔구나." "아닙니다. 이것은 사과이고, 이것은 배입니다."

 현자는 사과와 배를 맛있게 먹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역시 복숭아가 맛이 있구나."
 
 우리는 자기만의 눈으로 사물을 바라봅니다. 시기와 다툼은 이 눈을 통해 모든 것을 바라보는 자신이 제일 옳다고 생각하는 데서 시작합니다.

 그러나 자신의 눈을 통해 보이는 것이 늘 옳은 것은 아닙니다. 보이는 것을 넘어, 보이지 않는 저 지평을 바라볼 줄 아는 넓은 내면의 시야가 필요합니다. 눈에 비치는 십자가를 그저 바라볼 때, 그것은 하나의 상징에 불과합니다. 그러나 내면의 눈으로 십자가를 바라보면 거기에는 이루 다 표현할 수 없는 그리스도인으로서의 모든 삶의 근거가 담겨 있습니다.

 우리는 주님의 십자가 수난 여정에서 주님이 뜻하는 구원의 의미가 무엇인지 찾아야 합니다. 세상 이치와 달리, 주님의 용서는 증오하고 시기하며 단죄하는 사람들의 마음과 행동을 당신의 사랑으로 승화시켜 새롭게 변화시켜 주십니다.

 "아버지, 저들을 용서해 주십시오. 저들은 자기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 모릅니다"(루카 23,34).

 이것이 주님의 사랑과 용서의 방식입니다. 우리는 누구나 자신의 영광을 찾고, 자신이 모든 것의 중심에 서 있기를 바랍니다. 그렇기에 우리 삶은 대부분 경우에 반대의 길을 걷습니다.

 "당신은 메시아가 아니시오? 당신 자신과 우리를 구원해 보시오"(루카 23,39).

 주님을 온전히 의지하지 못하고 비아냥거리며, 다른 것에서 그것을 찾으려는 태도는 유혹의 중심에 서 있는 우리의 모습인 것입니다.
 
 남김없이 모든 것을 주시는 주님은 우리를 결코 저버리는 일이 없습니다. 삶이 행복하지 않고, 심지어 빠져나갈 길이 없어 보이는 삶 가운데 슬픔과 근심과 두려움과 고뇌에 빠져들 때도, 주님은 우리를 잊지 않으십니다. 우리가 잊었다고 느끼고 그렇게 생각할 뿐입니다.

 자신의 역량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난관에 부딪혀도,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기도하라'(루카 22,40)는 주님의 음성을 느껴야 합니다. 우리 마음에 다시 사랑의 불꽃이 일도록 말입니다. 우리가 내면에서 이런 주님 사랑을 느낄 수 있다면 주님 십자가와 함께 여정을 시작한 것입니다.
 
 주님이 사랑하고 함께 하시는 방식은 세상과는 너무나 다릅니다. 모든 사람들은 죽음으로 결말이 난다고 생각하는 그 순간, 주님의 영광스런 빛이 드러납니다. 죽음의 어두운 순간에 주님의 빛이 비로소 발합니다. 우리 삶의 여정도 마찬가지입니다.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하는 순간, 놀랍게도 주님 영광이 빛을 발하기 시작합니다.

 "예수님, 선생님의 나라에 들어가실 때 저를 기억해 주십시오. 내가 진실로 너에게 말한다. 너는 오늘 나와 함께 낙원에 있을 것이다"(루카 23,42-43).

 주님은 인간 실존의 모든 고통과 상처를 사랑으로 품에 안으십니다. 주님은 우리가 살아온 삶과는 아주 다른 삶의 방식으로 우리를 품에 안으십니다. 믿음이란 바로 이런 사랑에서 피어오르는 영의 불꽃입니다. 이것이 십자가에서 드러나는 구원의 모습입니다. 십자가에는 주님 뿐 아니라 하느님 아버지의 사랑의 마음이 달려있습니다. 이것을 깨닫는 순간 삶의 방향이 결정되고 열리게 됩니다.

 "보라, 십자나무, 여기 세상 구원이 달렸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