룩셈부르크 참전용사·가족들 訪韓
"83명 모두 자원 파병 전쟁 폐허 극복하고 이렇게 발전해서 뿌듯"
6·25 전쟁 60주년을 맞은 25일 서울 남산 한옥 마을에서 룩셈부르크 참전용사 대표 요제프 바그너(Wagener·86)씨가 글썽거리는 눈물을 손수건으로 닦으며 "한국인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다"고 인사말을 했다.주한 룩셈부르크 대표부가 주최한 '룩셈부르크와 한국의 아름다운 동행'이라는 제목의 이 행사에서 바그너씨는 "폐허가 된 나라를 기적처럼 일으킨 한국인들의 놀라운 저력 덕분에 제가 이 자리에 설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감사 인사를 연발했다. 이날 행사에는 룩셈부르크 참전용사 4명과 가족 8명, 양국 기업인 등 모두 80여명이 참석했다.
- ▲ 6·25전쟁 60주년을 맞아 25일 서울 남산 한옥마을에서 열린‘룩셈부르크와 한국의 아름다운 동행’행사에서 폴 슈타인메츠 룩셈부르크 대사와 룩셈부르크 참전용사 틸 마르셀, 크릴로프 엘리, 요제프 바그너, 아르만드 하스(사진 왼쪽부터)씨가 한복을 입고 대화를 나누고 있다. /오종찬 기자 ojc@chosun.com
바그너씨가 눈물을 흘리자 이를 지켜보던 참전용사 아르만드 하스(82·Haas), 크릴로프 엘리(Elie·79), 틸 마르셀(Marcel·77)씨도 6·25 전쟁의 참혹함을 극복한 한국의 모습이 떠오르는 듯 지그시 눈을 감고 고개를 숙였다. "한국을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라는 바그너씨의 말에 참석자들의 뜨거운 박수가 쏟아졌다.
룩셈부르크는 면적(2586㎢)은 서울의 4배, 인구는 약 50만명(외국인 40%)에 불과하지만 국민소득이 1인당 10만 달러가 넘는 '작지만 강한 나라'로 유명하다. 6·25전쟁 때에도 룩셈부르크는 숫자가 가장 적은 83명의 '미니부대'를 파병했다. 당시 우리나라를 돕기 위해 16개국에서 194만명의 군인이 한국에 파병됐다. 하지만 인구 대비 참전병력 비율을 따지면 참전 16개국 중에서 룩셈부르크가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한다. 룩셈부르크군은 6·25전쟁에서 2명이 사망했고 13명이 부상했다.
파병 규모는 작았지만, 룩셈부르크 참전용사들은 자부심이 강했다. 이날 행사에 나온 룩셈부르크 노병(老兵)들은 "룩셈부르크 군인들은 모두 순수하게 자원해서 전쟁에 나선 사람들이었다"며 "한국이 어떤 나라인지 잘 몰랐지만, 자유와 평화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고 싸웠다는 게 자랑스럽다"고 입을 모았다.
전쟁이 한창인 1951년 1~9월 전투를 치른 바그너씨는 "대구, 구미 등을 돌아다니며 룩셈부르크군을 지휘하는 임무를 맡았다"며 "우리는 낙동강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했다. 그는 "성당에서 만난 수녀들이 매우 친절한 게 생각나고 한국을 위해 싸운 시간이 지금도 행복하게 느껴진다"고 기억했다. 바그너씨는 "지금 유럽에서 한국산 자동차와 TV를 흔히 보는데 얼마나 뿌듯한지 모른다"고 환하게 웃었다. 1952년 1월부터 1년간 참전한 마르셀씨는 "지금도 소총을 들고 최전선에서 싸웠던 백마고지 전투가 생생하게 기억난다"며 "한국을 도운 것을 내 인생에서 가장 보람찬 일로 생각한다"고 말하면서 주먹을 불끈 쥐었다.
폴 슈타인메츠(Steinmetz·51) 룩셈부르크 대사(일본 주재)는 "2012년이면 양국 수교 50주년이 되는데, 앞으로 정치·외교 분야로 교류가 확산돼 양국의 우호적인 관계가 계속 이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 ▲ 출처 / 6·25전쟁 60주년 기념사업위원회 http://www.koreanwar60.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