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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산업단지·특구 난립

namsarang 2010. 7. 20. 23:19

[지방정부가 국가재정 거덜낸다]

[3] 산업단지·특구 난립

특별취재팀
김기훈 기자 khkim@chosun.com
이진석 기자 island@chosun.com
방현철 기자 banghc@chosun.com
최규민 기자 qmin@chosun.com
 

血稅 먹는 경제특구
도로·다리 건설에 1700억 쏟고도…
부산 명지국제지구 外資 유치 '0'
6곳 7년간 2조 투입에도
국내 외국인 직접 투자의 3.6% 유치에 그쳐…

지난 1일 부산·진해 경제자유구역(이하 경제특구) 동쪽 끝자락에 있는 명지국제업무지구. 7년 전 경제특구로 지정된 이곳에 2013년까지 초고층 빌딩과 외국인 전용 주거단지, 외국인 학교·병원 등을 유치해 '국제 명품 신도시'로 만든다는 것이 부산·진해 경제자유구역청의 계획이었다. 하지만 여의도 면적(8.5㎢)의 절반(4.5㎢)이나 되는 드넓은 부지는 변한 게 없었다. 구불구불한 농로(農路)와 논, 비닐하우스, 농가가 그대로 남아 있었다. 아직 첫 삽도 뜨지 못한 것이다. 주민 김모(53)씨는 "지난 3월부터 LH공사가 토지를 보상하고 있는데, 돈이 없는지 보상금을 현금 대신 채권으로 주고 있어 공사가 제대로 시작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했다.

명지국제업무지구의 외국인 투자 유치 실적도 '제로(0)'다. 강덕출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청 투자유치본부장은 "제대로 닦인 부지가 없어 적극적으로 외국인 투자 유치에 나서기 어렵다"며 "부지 개발이 늦어지는 가운데 땅값은 올라 투자를 끌어올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난감해했다.

투자유치가 전무한 가운데 도로와 교량 건설작업이 먼저 진행되고 있다. 명지지구와 부산 도심을 잇는 을숙도대교는 지난 10월 개통됐다. 이 사업에 세금 1683억원이 들어갔다. 그러나 명지지구 개발이 늦어지면서 하루 통행량이 당초 예상치의 40%에 그쳐 올해 부산시가 6억~7억원 가까운 손실을 메워줘야 할 판이다.

부산 을숙도대교, 출근 시간에도 ‘텅’ 지난 14일 오전 8시 부산 을숙도대교의 모습. 부산·진해 경제특구의 기반시설로 작년 10월 개통됐지만 출퇴근 시간에도 한산하다. /부산=김용우 기자 yw-kim@chosun.com
노무현 정부 때인 2003~08년 '균형발전'이란 명목으로 주요 지방들이 경쟁적으로 경제특구 설립에 뛰어들었다. 부산·진해, 인천, 광양만권, 황해, 새만금·군산, 대구·경북 등 전국에 6개 경제특구가 지정됐다. 그러나 성과는 지지부진했다. 외국인 기업은 거의 보이지 않고, 도로·교량 등 기반시설만 들어서 '세금만 먹는 지역개발 사업'으로 전락하고 있다. 이제까지 6개 경제특구에 들어온 외국인 직접 투자(FDI) 액수는 25억8800만달러. 같은 기간 우리나라 전체 FDI(720억달러)의 3.6%에 불과하다.

반면 지난 7년간 6개 경제특구의 도로·교량 등 기반시설 건설에 들어간 국민 세금은 2조원에 육박한다. 2004년부터 올해까지 경제특구의 도로·교량·공동구(전기선, 상하수도관 등이 함께 지나가는 지하터널) 등 기반시설 구축을 위해 총 1조9880억원이 투입됐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반반씩 부담하는 방식이다. 지자체들도 1조원에 가까운 돈을 썼다.

권평오 지식경제부 경제자유구역기획단장은 "경제특구를 외국 기업으로 전부 채우는 건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었다"면서 "과연 경제특구 개발이 지속가능한 사업인지에 대해 원점에서 다시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최막중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경제특구를 '지역 나눠 먹기'식으로 분산하니 기반시설 투자가 과다하다"며 "지금이라도 외국인 투자 유치가 가능한 곳을 선택해 집중하고, 투자 유치 성과에 비례해 기반시설을 지원하는 원칙을 세워야 추가적인 예산 낭비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