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를 본 계명대 동산의료원 정성길 명예박물관장(69)은 각국을 돌며 7만장 넘게 기록사진을 모아온 지난 30년을 떠올렸다. 그는 80~100년 전의 광화문 사진들을 언론사와 기관에 제공해왔다. 5년 전 2월, 조선일보는 그가 가져온 사진들을 토대로 '광화문, 100년 전엔 위치도 모양도 달랐다'는 제목의 특집기사를 실었다. 이런 것들이 광화문의 전면 복원을 이끌어낸 계기의 하나가 됐다. 정성길 관장이 광화문 복원의 숨은 공로자 가운데 하나인 셈이다.
- ▲ 정성길 씨가 자신이 수집한 6·25 전쟁 당시의 기록 사진을 보여주고 있다. /이명원 기자 mwlee@chosun.com
그러면서 그는 1984년 독일 유학 때 함부르크까지 달려가 구했다는 광화문 사진, 미 의회가 위안부 관련 선언을 채택할 때 증거로 쓰였다는 사진, 대구 망우공원에 재현된 '영남제일관'의 옛 모습, 서울 남대문성곽의 옛 사진 등을 보여주었다.
정 관장은 '한·독 수교 120주년 기념전'을 비롯해 직접 34차례나 사진전을 열었다. 외국 방송사들도 다큐 제작을 위해 한국에 오면 그를 취재해간다고 한다. 그가 가진 7만장의 기록사진 가운데 상당수가 미공개된 것들이라고 했다. "제대로만 판독하면 다 역사 바로잡기에 기여할 보물들입니다. 그런 믿음으로 모은 거죠."
하지만 고희(古稀)를 앞둔 그에게 사진 7만장은 '숙제'이기도 하다. "기록박물관을 지어 이 사진들을 담고, 후대에게 우리 역사의 생생한 얼굴을 보여주고 싶어요. 집 팔고 공장 팔면서 어렵게 사진을 모아 온 이유입니다. 그런데 정부나 학계에서는 별 관심이 없는 것 같아요. 박물관 하나 생겼으면 하는 내 욕심이 과한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