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피어나는 곳에

왜소증 장애에 하반신 마비까지 덮친 한승화씨

namsarang 2011. 3. 20. 15:01

[사랑이 피어나는 곳에]

 왜소증 장애에 하반신 마비까지 덮친 한승화씨


하느님만이 유일한 희망의 끈
▲ "그래도 힘내서 다시 살아야지." 하반신마비로 병원에 누워있는 한승화씨를 격려하는 이명규씨.

   "이제는 자신이 없어요. 그만 놓아버리고 싶어요."

 경기도 일산의 한 종합병원. 병상에 누워 자신의 처지를 이야기하던 한승화(베드로, 51)씨 눈에서 끝내 눈물이 흘렀다.

 한씨는 선천성 왜소증 장애로 신장이 90㎝에 불과하다. 신체 장애에 대한 좌절에 쓰러지지 않고 자신의 삶도 '하느님이 주신 선물'이라 여기고 밝게 살아왔다. 하지만 또다시 닥친 시련은 이겨낼 자신이 없다.

 그는 왜소증 장애 외에도 척추관 신경협착증(척추신경 협착으로 하반신이 마비되는 질병)으로 온몸을 바늘로 찌르는 듯한 고통에 시달렸다. 비록 장애가 있지만 고통을 떨쳐버리고 몇백 미터라도 남들처럼 걷고 싶었다. 그것조차 욕심이었을까, 2010년 8월 받은 척추수술의 결과는 참담했다.

 처음에는 발가락에 마비가 왔다. 이어 계단을 오르기도 힘들더니 끝내 하반신이 마비됐다. 수술을 집도한 의사는 "수술 후에는 원래 그렇다. 별 이상 없다"라는 말만 반복했다. 몇 달 후 하반신 마비는 점점 심해지고 생살을 뜯는 듯한 고통에 병원 응급실로 실려왔다.

 한씨는 "의료사고 아니냐"고 의사에게 강하게 항의도 하고 "장애인에게 또 장애가 오면 죽으라는 말이냐"며 애걸도 해봤다. 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아무 이상 없으니 외래진료로 다시 접수하라"는 말뿐이었다.

 수술에 들어간 비용만 700만 원.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후원으로 병원비 대부분을 마련했지만 수술비 외에 치료비 200여만 원은 한씨가 어렵사리 모은 전 재산으로 해결했다.

 세상은 왜소증이 있는 장애인에게는 넘을 수 없는 벽과 같다. 한씨가 일자리를 구한다는 전단을 보고 찾아가도 위아래로 훑어보며 "사람 필요 없다"는 말을 듣기 일쑤였다. 그렇게 어렵사리 취직한 주유소에서 사람들의 싸늘한 시선을 견디며 모은 돈도 결국 장애를 더하는 데 쓰인 꼴이 됐다.

 한 씨는 "내게는 힘이 될 부모도 가족도 없다"며 "세상을 등지는 게 얼마나 큰 죄인지 잘 알지만 너무 힘들고 외롭다"고 흐느꼈다. 그래도 주님을 알았다는 사실과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 바오로선교회 식구들의 따뜻한 격려가 있기에 희망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한씨를 곁에서 돌보는 이명규(야고보, 원당본당)씨는 "가족도 없이 장애가 있는 몸으로 평생을 어렵게 살았지만 주변 사람들이 내미는 도움의 손길조차 자신보다 더 어려운 이들 몫이라며 번번이 뿌리쳤다"며 "앞으로 들어갈 병원비에다 하반신마비의 몸으로 살아갈 길이 막막한 한씨를 도와달라"고 말했다.

                                                                                                                                                                        백영민 기자 heelen@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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