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의 씨앗 심는 거름이 돼 주세요". 고 이태석 신부와 인연으로 지난해 9월 진출 결정... 폐허나 다름 없는 현지에 우선 진료소부터 건립 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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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수단 굼보를 찾은 박정심 수녀가 울고 있던 아이를 달래고 있다. | 오는 7월 9일 독립을 앞둔 남수단 수도 주바에서 30㎞ 남짓 떨어진 시골 굼보는 폐허의 땅이다. 25년 내전은 이 땅에 아무것도 남겨놓지 않았다. 그 척박한 폐허에 예수의 까리따스 수녀회 수도자들이 2월 13일 발을 내디뎠다. 로마 총원 선교위원회 소임을 맡고 있는 박정심(테오도라)ㆍ류선자(치프리아나) 수녀는 두 주간에 걸쳐 '비극의 땅' 남수단을 훑었다. 먹을 것도, 살 곳도, 마실 물도 없는 극한 상황. 두 수녀의 이전 선교지 페루-볼리비아 관구나 파푸아 뉴기니, 필리핀 관구 빈민가와는 또 달랐다. "나일강도 흐르고 평야가 그리 넓은데 200만 동족이 죽어간 수단 사람들은 절망에 빠져 있어요. 다만, 내전의 고통을 딛고 자신의 땅을 지켜내 독립을 앞둔 그들 얼굴에서 희망을 봤어요. 조금씩만 도와주신다면, 저희는 이 땅에 들어가 희망을 심겠습니다." 수녀들이 남수단 선교를 떠나게 된 건 지난해 1월 선종한 '수단의 슈바이처' 이태석(살레시오회) 신부와 인연이 계기였다. 수녀회에서 운영하는 순천 성 가롤로병원에서 실습했던 이 신부는 생전 예수의 까리따스 수녀회원들을 수단에 초청할 계획을 세웠고, 살레시오회 수단지구장 펠링턴 신부는 이 신부 장례식 직후 수녀회를 공식 초청했다. 수녀회는 이 초청을 검토, 지난해 9월 한국에서 열린 세계총회에서 남수단 파견을 최종 결정했다. 선교사로는 한국에서 3명, 일본과 브라질에서 각각 1명씩 보내기로 했다. 이에 따라 류 수녀 등은 이번에 남수단 현지를 방문해 굼보에서 선교하기로 한 것. 수녀회에서도 남수단 공동체를 적극 돕기로 했지만 굼보 현지에는 건물은 둘째 치고 건축 자재조차 케냐나 우간다 같은 이웃나라에서 조달해야 하는 상황이다. 류 수녀가 전하는 굼보 현지 상황은 절망적이다. 마을이 형성돼 있는 톤즈는 그나마 나은 편이다. 전기나 상하수도 시설이 하나도 없을뿐더러 어디나 폐허다. 흙과 갈대 줄기로 엉성하게 엮은 허름한 오두막이 듬성듬성 눈에 띌 뿐이다. 게다가 아직도 소년병들이 일부 남아 있어 밤이면 총을 들고 돌아다니며 약탈하는 상황이다. "이번 방문에선 우리 수녀들이 할 수 있는 일이 뭔지를 파악하는데 중점을 뒀어요. 우선 6살 미만 아이들을 위한 급식소와 진료소를 먼저 시작하기로 했어요. 진료소를 먼저 짓고, 장차는 산부인과를 개설할 예정이에요. 200명 정도를 수용할 급식시설도 지을 계획이고요. 능력이 닿는다면 여성기술교육도 하겠습니다." 다행히 주바교구에서 현지 살레시오회에 1㎢에 이르는 넓은 부지를 기증, 그중 일부에 수녀원과 복지시설을 짓기로 했다. 비록 개미만 사는 황무지지만, 수녀회는 사랑을 심겠다고 다짐한다. 이 신부가 뿌린 사랑 씨앗을 싹틔울 예수의 까리따스 수녀회원들은 굶주리는 수단 형제자매들과 사랑을 나눠주기를 한국천주교회에 호소했다. 오세택 기자 / sebastiano@pbc.co.kr성금계좌 (예금주:평화방송) 국민은행 004-25-0021-108 우리은행 454-000383-13-102 농협은행 001-01-3061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