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속의 복음]
오늘도 주님과 함께
▲ 박재식 신부(안동교구 사벌퇴강본당 주임) |
드디어 요한 복음 6장의 마지막 부분입니다. 지난 5주 동안 우리는 모세와 다윗과는 차원이 다른 참 예언자로서 오천 명을 먹이고 물 위를 걸으시고 당신의 제자들을 이끄시며 여러 가지 표징과 가르침을 보여주신 예수님을 만나봤습니다.
그런데 제자들과 많은 군중은 예수님의 표징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고정관념과 현실에 대한 집착 때문에 영원한 생명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몰랐던 것입니다.
오늘 제1독서를 보면 유다인들은 천 년 이상을 “다른 신을 섬기려고 주님을 저버리는 일은 결코 없을 것입니다”(여호 24,16), “우리 눈앞에서 이 큰 표징들을 일으키신 분이 바로 주 우리 하느님이십니다”(여호 24,17)라고 고백하며 살아왔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고백은 시간이 흐르고 사람이 변하면서 본질이 퇴색됐습니다. 현실적인 안락과 풍요를 요구하는 신앙으로 전락했습니다. 유다인들만이 본질을 잃어버리고 생활한다고 생각하시는지요? 우리는 그들과 다르게 참 신앙인의 모습으로 생활하고 있는지 생각해봅시다.
개인적으로 이번 여름은 너무 힘들었습니다. 하루하루 아침에 눈을 뜨는 것이 기쁨과 행복의 출발이 아니라 괴로움과 고통의 출발이었습니다. ‘이렇게 힘들게 살아야 하나?’ ‘굳이 책임질 사람도 없는데…’라는 염세적인 생각들까지 겹치면서 무의미한 생활을 했습니다.
그러던 중 떠오른 사람이 장 폴 샤르트르와 알퐁스 도데입니다. 그러고 보니 두 사람 다 프랑스 태생입니다. 역사적으로나 정치적으로 여러 관점에서 해석할 수 있는 이들입니다. 샤르트르의 「구토」, 알퐁스 도데의 「고셰 수사의 약초 술」이라는 소설을 통해 여름 동안 가졌던 제 생각을 반성할 수 있었습니다.
「구토」의 주인공 로캉탱은 이중적 상태의 인간입니다. 이자로 생활하며 직업도 가정도 욕망도 희망도 없는 밥벌레와 같은 자신의 상황을 인정하면서도 정작 노동을 할 수 있는 도시 속으로는 들어가지 않습니다. 그러나 로캉탱은 현 상황에서 벗어나려는 문제의식은 가졌습니다. 자신의 존재 가치에 대해 탐구하다가 로캉탱은 우연히 들려오는 음악을 들으며 과거에 존재하였던 실체가 사라지지 않고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자신의 삶에 함께하고 있음을 깨닫고 존재의 의미를 발견합니다.
「고셰 수사의 약초 술」의 주인공인 프레몽트르 수도원의 고셰 수사는 너무나 가난한 수도원에서 생활하는 수도자들을 살리기 위해 약초 술을 빚겠다고 자청했습니다. 그 술 덕분에 수도원은 건물도 고치고 엄청난 부를 확보하게 됩니다. 그러나 고셰 수사는 매일 엄청난 양의 술을 맛봐야 했기에 몸과 마음이 서서히 죽어갔습니다. 하지만 수도원 건물과 재정을 더 중요하게 여긴 원장 수사는 “제발 술을 그만 빚게 해 달라”는 고셰 수사의 눈물 어린 간청을 일언지하에 거절했습니다. 결국, 알코올 중독자가 된 고세 수사는 주조장에서 죽게 됩니다.
이 두 소설을 읽으며 저는 우리와 함께하시는 예수님을 발견했습니다. 그리고 물질과 감각을 초월해 주님과 함께하는 영원한 생명의 빵으로 살고 있는지 반성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제자들은 “주님 저희가 누구에게 가겠습니까? 주님께는 영원한 생명의 말씀이 있습니다”(요한 6,68)라고 고백합니다. 제자들의 결연한 삶의 자세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주님과 함께하는 삶 그리고 그 어떤 고난과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고 세상과 현실을 거슬러 살아가려는 멋진 신앙인을 만나게 됩니다.
저도 영원한 생명의 빵이신 예수님과 함께 살아가는 데 장애가 되는 여러 유혹과 현실주의를 극복하고 사도들처럼 고백하고 싶습니다. 교우 여러분도 국가나 교회 그리고 인간 사이에서 벌어지는 여러 불합리한 상황 속에서 예수님의 말씀과 사랑을 기억하시길 바랍니다. 위로를 받고 용기를 얻어 위기를 잘 극복하시기 바랍니다.
오늘은 “존재는 본질에 앞선다”는 명제처럼 생활하시는, 연세가 많으신 본당 교우 분들께 감사드리는 미사를 봉헌하고 어르신들과 냉면 한 그릇을 함께해야겠습니다. 사도들과 같은 믿음을 청하면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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