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속의 복음] 예수님의 마지막 당부 말씀
주수욱 신부(서울대교구 대방동본당 주임) |
마태오 복음서 맨 마지막에 나오는 주님의 말씀을 교회는 매년 전교주일에 듣습니다. 그러나 오늘도 계속해서 우리에게 같은 말씀을 하십니다. 주님은 십자가 죽음에서 부활하셔서 지금도 우리 가운데 살아 계시는 분이십니다. 전교 또는 복음화의 내용을 이 말씀에 따라서 이해해 보고자 합니다.
부활하신 예수님을 뵙고 그분께 엎드려 절하던 제자들이 부활하신 예수님을 의심하고 있었다고 복음서는 기록하고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그들을 괘씸하게 생각해 심하게 나무라셨을 텐데 예수님은 전혀 그러지 않으셨습니다. 예수님은 그들의 부족한 신앙을 탓하지 않으시고,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제자들과 함께 복음화 사명을 계속하시겠다고 하셨습니다. 이것은 오늘 저에게 얼마나 많은 위로가 되는지 모릅니다! 우리 모두 더러는 십자가와 부활의 스승 예수 그리스도에게 얼마나 많은 의심을 품는지 모릅니다. 그러나 의심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하느님과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무관심입니다. 그런데도 주님은 우리를 동업자로 여기면서 구원의 복음을 전하시고 계십니다.
먼저 예수님께서 하늘과 땅의 모든 권한을 받은 분임을 밝히십니다. 광야의 유혹 때, 악마는 세상의 모든 나라와 그 영광을 보여주며, 그것들을 주겠다고 속삭이면서, 자기에게 엎드려 경배하도록 유혹했습니다(마태 4,9-10). 그러나 예수께서는 하느님만을 섬기면서 십자가 죽음까지 묵묵히 나아가시고, 마침내 부활하셔서 하느님 아버지로부터 천지의 모든 권한을 받으셨음을 선포하십니다. 우리도 예수님과 하나가 되어 파스카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그 영광스러운 권한에 참여하는 자유로운 사람들이 됐습니다. 예수님으로부터 배운 기도를 겸손하고 진실하게 바쳐야 하겠습니다.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유혹에 빠지지 말게 하시고 악에서 구하소서.’
“너희는 가서 모든 민족들을 제자로 삼아라.” 종교인을 만들라는 얘기가 아닙니다. 예수님을 스승으로 모시고 그분의 말씀을 가슴 깊이 새기고 실천하고, 그분의 모범을 뒤따르는 제자가 되도록 하라는 말씀입니다. 예수님께서 명령한 모든 것을 가르쳐 지키게 하는 일을 하는 교회의 사명을 말하고 있습니다. 요즘 사람들은 마음의 상처를 받았다는 표현을 쉽게 합니다. 그래서 듣기 싫은 말을 들으려고 하지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교회는 예언자의 사명을 수행하는 것을 쉽게 포기하려는 유혹에 쉽게 빠집니다.
하느님께서는 모든 사람을 제자로 초대하고 계십니다. 하느님께서 모든 사람을 사랑하시는 마음의 표시로 가난한 사람들을 우선해 선택하셨습니다. 성경을 읽으면 누구나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사실입니다. 오늘 교회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들은 누구입니까? 하느님은 모든 사람을 구원으로 초대하고 계십니다. 그런데 가난한 사람들은 쉽게 교회에 올 수 없습니다. 교회가 먼저 그들에게 다가가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 교회는 용기가 필요하고 사람을 사랑하는 따뜻한 마음의 눈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오늘날 교회가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아갈 수 있는 용기와 지혜를 주십사고 성령께 간절히 기도합니다.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주어라.” 달리 표현하면 ‘삼위일체 하느님의 존재 안에서 사람들을 새롭게 탄생시켜라.’ 왜냐하면 하느님을 떠난 인간은 새로운 탄생을 필요로 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오늘날에도 하느님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이 더 설득력이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래서 인간은 더욱 비참해집니다.
그러나 이렇게 살다가 사라지도록 사람들을 내버려둬서는 안 됩니다. 하느님 안에서, 하느님의 생명으로 새롭게 태어나도록 해야 합니다. 하느님의 자녀로서 존엄하게 살아가도록 해야 합니다. 하느님에 대한 신앙을 고백하고 인간이 서로 신뢰하면서 살 줄 알게 해줘야 합니다. 하느님은 사랑이시기에, 사랑하는 사람이 돼 하느님을 사랑하고 인간을 사랑할 줄 알도록 해줘야 합니다. 인간으로 태어나 하느님 자녀로서 새로운 탄생을 가져오도록 하라는 것입니다.
이 세상은 하느님의 나라로 완성돼야 합니다. 그래서 모두 빛과 생명 속에서 살고, 진리와 참된 자유 속에서 살고, 기쁨과 사랑이 넘치는 세상이 지금 시작돼야 합니다. 이것을 위해서 하느님께서 인간이 되셨습니다. 바로 예수 그리스도이십니다. “보라, 내가 세상 끝날까지 언제나 너희와 함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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