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속의 복음] 부활을 믿고 부활을 살아갑시다
연중 제32주일 (루카 20,2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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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수욱 신부(서울대교구 대방동본당 주임) |
그리스도 신자는 예수님께서 부활하셨고 우리도 세례를 통해 그분과 하나가 되어 부활한 삶을 살기 시작했다는 믿음을 잊으면서 살아가곤 합니다. 사실 부활에 대해서 생각하지 않고 사는 것이 편할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부활은 어떻게 이뤄지는지 모릅니다. 죽은 몸이 다시 살아나면 나 자신이 감당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시간도 파악이 잘되지 않습니다. 어떤 때는 시간이 흐르는 것이 너무 더딥니다. 고통스러울 때는 분명히 시간이 천천히 갑니다. 즐거운 시간은 쏜살같이 지나갑니다. 사람들은 부활과 영원을 부정하면서 살아가지만, 시간에 대해서도 잘 모릅니다. 인간은 시간을 의식합니다. 그러면서 고통스럽고 힘들어합니다. 현재를 살아가면서도 현재를 붙잡을 수 없습니다. 순식간에 지나갑니다. 그러니까 지금 살아가면서도 지금이 없는 것 같습니다. 미래를 바라보면서, 과거를 되돌아보면서 현재는 손에 잡히지 않습니다. 그러니 부활과 영원이 없이 시간만 있다고 생각하면, 현재는 내 손에 쥐어지지 않습니다. 어떻게 보면 현재가 없이 살아가는 게 됩니다. 불안합니다. 그러니까 현재를 붙잡기 위해서 불나방처럼 날아다니고 불구덩이로 돌진하면서 스스로 죽음에 몰아넣는 인생을 살아가게 되기 쉽습니다. 시간에만 충실히 하려고 하면 나의 존재도 발견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니 다른 사람을 배려할 여유가 없습니다. 이기주의자가 될 가능성이 많습니다. 설령 남을 사랑하려고 해도, 나의 존재와 다른 사람의 존재가 분명하지 않습니다. 사람을 중심에 두는 것이 구호에 그칠 위험이 있습니다. 사람을 위한다면서도 건조하고 관념적인 주장으로 멈추게 됩니다.
부활은 무엇보다도 현재의 육체를 부정하지 않습니다. 그러면서도 새롭고 영원한 육체를 말하는 것입니다. 부활은 곧 영혼과 육체가 하나 된 나의 인격을 발견하게 합니다.
우리는 모두 인간으로 태어나서 살아갑니다. 그러나 사람으로서 살아가는 인생도 항상 수수께끼로 남습니다. 신비롭기 그지없습니다. 인생은 하느님으로부터 받은 선물입니다. 그래서 소중한 것입니다. 그리고 부활도 내가 있다, 없다고 주장할 것이 아니라 선물로 받은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주신 특별한 선물입니다. 인간은 하느님의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그 창조가 완성된 것이 부활입니다. 하느님 아버지께서 아드님을 인간이 되도록 하셨습니다. 그래서 하느님은 인간을 찾아오셔서 인간으로서 돌아가셨습니다. 그리고 부활하셨습니다. 부활하는 인간의 역사가 새롭게 시작된 것입니다. 그래서 새로운 창조라고 말하곤 합니다. 우리는 그 새로운 창조인 부활의 선물을 하느님으로부터 받아서 살고 있습니다. 그래서 많은 어려움과 시련을 겪으면서도 그리스도 신자들은 교회에 모여서 ‘신앙의 신비여!’를 외칩니다. 그 신앙이란 부활을 선포하는 것입니다. 주님의 부활을 선포하고, 주 예수 그리스도와 하나가 된 우리에게도 부활이 시작됐음을 기억하면서 하느님께 감사와 찬미를 드립니다. 그리고 십자가에서 돌아가시고 부활하신 그분과 하나가 되는 영성체를 거행합니다. 황홀한 신비의 잔치입니다.
부활이 없는 죽음은 우리 주위에서 낯선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어디서나 죽음의 문화가 진동하는 세상에서 살고 있습니다. 온 대륙이 크고 작은 전쟁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한반도도 군사적 긴장의 한 중심에 있습니다. 북한의 핵미사일, 남한의 사드 배치는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입니다. 이제 남한뿐만 아니라 일본도 두려움 속에서 군비 증강에 박차를 가합니다. 그 뒤에는 군수업자들이 강력하게 도사리고 있습니다. “자국의 국익을 위해서!” 모두 ‘평화’를 주장하지만, 이 한 마디에 실로 너무 많은 사람이 죽어갑니다. 부활이 없습니다. 종교의 자유가 있다고 한들, 그것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교회 안에 있다고 하면서도 여러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는 죽음의 문화와 싸우지 않으면, 부활을 믿는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부활을 믿으면서 살아가는 것은 곧 생명의 문화를 건설하는 것입니다.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제자들을 만나서 제일 먼저 하신 일이 평화를 선언하신 것입니다. 십자가의 폭력과 죽음을 이겨내신 사랑의 예수님께서 참 평화, 변하지 않는 영원한 평화와 생명을 선물로 주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