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렵도(이진영) 수렵도 수렵도 글 / 이진영 눈 내리는 그 겨울 산야에서 나는 고구려의 사내와 함께 사냥을 하고 있었다. 고구려의 사내는 나무창을 들고 범의 뒤를 날쌔게 쫓아가고 있었고 나는 엽총을 든 채 그의 뒤를 숨차게 따르며 소리 지르고 있었다. 나무창으로 범을 쫓는 것은 위험한 일이었다. 현대의 지식에 .. 시/시 2011.03.25
텅 빈 충만 텅 빈 충만 설화 윤경숙 빈 공간은 정갈하고 무한한 가능성을 말해준다 구름 없는 빈 하늘이 더 없이 편안해 보이듯 빈 잔이라야 술을 따를 수 있고 빈 가슴이라야 사랑을 담을 수 있다 비어있다는 것은 빈약하다는 것도 가난하다는 것도 아니다 강제로 빼앗기고 박탈당하는 부딪침이 아니고 스스로 .. 시/설화 윤경숙님의 시 2011.03.24
별(설화 윤경숙) 별 설화 윤경숙 나 별이었다 너 별이었다 끝없는 우주 공간 지금 또다시 별이 되어 돌아가는 길을 찾아 헤매고 있다 그 길을 우린 쓸쓸하게 찾고 있을 뿐이다 이 삶에서 시/설화 윤경숙님의 시 2011.03.23
반란 반란 글 : 윤경숙 앙상한 나무 가지에 움트는 작은 반란 그들에게 조용하지만 무서운 반란이 시작되었다 희망의 반란이다 생명의 힘이 숨겨져 있었던 그 비밀스러운 보이지 않던 힘이 솟는 것이다 절망 같던 눈보라 속 찬바람 강풍에도 미동 없이 석탑처럼 자리는 지켜내더니 미로 같은 숨결로 그 삭.. 시/설화 윤경숙님의 시 2011.03.19
수선화에게 수선화에게 수선화에게 -정호승- 울지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갈대숲에서 가슴 검은 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우니까 눈물을 흘리신.. 시/시 2011.03.17
[스크랩] 바람꽃의 기다림 바람꽃의 기다림 / 동목 지소영 은하수의 다리였을까 여름날 소나기가 그만했을까 나무도 풀도 아닌 것이 연인처럼 무지개처럼 색색 호흡 놓아 천지를 이었다 받고 받아 섞이고 더러는 바람꽃이 되기도 한다 갯벌에 남긴 발자국 지워졌다가 밀려오고 섬으로 떠난 유예기간 바위틈에서 목이 탄다 물가.. 시/시 2011.03.07
[스크랩] 오카리나 -ocarina- 오카리나 -ocarina- (다정 오순옥) 어머니는 혼자만의 연주를 잘도 하신다. 요즘의 하늘은 왜 회색빛이 더 많을까 말 못하는 어머니의 가슴처럼 바짝바짝 타들어가는 것이 세상에 또 있을까 이불 홑청에 먹인 풀냄새, 풀냄새 풀풀 나는 어머니 얼굴을 보면 방망이로 흠씬... 시/시 2011.03.05
흘러가는 것 흘러가는 것 설화 윤경숙 잠시 정체되어 있는 듯한 시간들 그러나 어느 한순간도 멈춤은 없다는 것이다 유유히 흘러가고 있을 뿐이며 그 흘러가는 법칙에는 멈춤도 고장도 없다는 것이다 시간의 어께 위에 내려앉은 슬픔 같은 세월의 무게 비껴가지 못하는 어쩔 수 없이 안고 홀로 뒹굴어야 했던 젊은.. 시/설화 윤경숙님의 시 2011.03.05
여심(女心) 여 심 (女 心) - 설화 윤경숙 - 남치마 옥색저고리 곱게 단장을 하고 동백기름 바른 머리 옥비녀 고운 빛이여 전 지져 주안상 차려놓고 옥주를 병에 담아 기다리는 님 행여 님 오시다 넘어 지실까 홍등을 밝혀 어둠을 쓸어 내고 기다리는 저녁 밝은 낮에 오시면 부끄러워 얼굴 붉어지오니 해진 저녁 달뜨.. 시/설화 윤경숙님의 시 2011.03.04
비 내리는 새벽 비 내리는 새벽/설화 윤경숙 스산한 한기에 눈을 뜨니 뿌연 창밖에 비가 내리고 있었다 블랙커피 한 잔을 마시며 추적추적 내리는 빗소리를 듣는다 끌어안고 버티지 못할 만큼의 공허함 정에 허기진 마음 인생이 뭐냐고 묻지 마라 인생 끝나면 아무것도 없다 나 사랑하고 싶은 것이다 시/설화 윤경숙님의 시 2011.03.04